유근피차는 맛도 좋고 색깔도 참 예쁜 전통차입니다. 환절기가 되면 목이 건조하고 속도 자주 쓰려 예전부터 어르신들이 즐겨 찾던 유근피(느릅나무 뿌리껍질)를 직접 달여 마시고 있습니다. 작년 이때 쯤, 몸 안의 염증 예방에 좋다고 지인한테 소개 받은 이후 저희 가족은 한 여름을 빼고는 계절에 상관없이 아주 자주 달여 마시는 차 중의 하나로 애용하는 차입니다.
유근피는 비염이나 위벽 보호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막상 끓여보면 보리차처럼 맑게만 우러나고 정작 중요한 ‘끈적한 진액’은 보이지 않아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유근피의 핵심 성분은 점액질인 뮤실리지(Mucilage)입니다. 이 성분은 열에 취약해 처음부터 팔팔 끓여버리면 구조가 파괴되거나 섬유질 사이에 갇혀 제대로 용출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집에서 제가 유근피 차를 끓이는 법을 공유해드리려고 합니다. 유근피를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서 은근한 약불 가열을 통해 진한 점액질을 온전히 뽑아내는 정석 추출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1. 재료 준비 및 핵심 도구
나무 껍질과 같은 한방 약재를 달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용기 선택입니다. 쇠나 알루미늄 재질의 냄비는 약재의 탄닌 성분과 산화 반응을 일으켜 유효 성분을 변질시키고 맛을 떫게 만듭니다. 반드시 유리 주전자나 내열 도자기(약탕기)를 사용해 주세요. 저는 전기 유리 약탕기를 이용해서 아주 편리하게 끓여 마시고 있습니다.
- 기본 재료: 건조 유근피 20g, 생수 1.5L
- 떫은맛 완화 재료: 감초 1~2쪽, 건대추 3알
- 준비 도구: 유리 주전자(또는 내열 도자기 냄비), 세척용 솔, 면포나 고운 거름망
저의 경우는, 딱 기본 재료로만 끓여 마십니다. 물에 유근피만 넣고 끓여도 전혀 떫은 맛이 느껴지지 않고, 차의 고유한 맛을 느낄 수가 있어서 그대로 만도 충분히 맛있는 차가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단맛을 원하신다면 위에 적어 놓은 감초나 대추를 넣고 끓여도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2. 먼지와 떫은맛을 털어내는 초벌 손질법
유근피는 나무의 뿌리껍질을 채취해 건조한 것이라 겉면에 미세한 흙먼지가 묻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오래 담가 씻으면 핵심 점액질이 씻겨 나가므로 빠르고 정확하게 세척해야 합니다.
- 흐르는 미온수에 유근피를 넣고 부드러운 조리용 솔이나 손으로 표면의 이물질을 가볍게 털어내듯 15~20초 내외로 빠르게 헹굽니다.
- 함께 넣을 건대추는 주름 사이에 먼지가 많으므로 솔로 꼼꼼히 닦은 뒤, 유효 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가위로 양쪽에 살짝 칼집을 2~3군데 내줍니다.
3. 뮤실리지를 온전히 살리는 2가지 달임 방식 (직화 vs 전기 약탕기)
유근피 속 뮤실리지는 급격한 고온에서 파괴되기 쉽고, 60~85℃ 사이의 은근한 온도에서 가장 풍부하게 용출됩니다. 가정에 있는 조리 도구에 맞춰 두 가지 방법 중 편한 방식을 선택해 보세요.
3-1. 직화(직불) 내열 유리 냄비 달임법
가스레인지나 인덕션 화구를 사용하는 직화 방식은 불 조절을 통해 끓는 상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미세하게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미온수 사전 침출 (30분~1시간): 내열 유리 주전자에 생수 1.5L와 손질한 유근피, 대추, 감초를 넣고 30~40℃ 미온수 상태로 불을 켜지 않은 채 둡니다.
- 초기 가열: 중간 불로 천천히 온도를 올리다가, 주전자 바닥에서 미세한 기포가 뽀글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하면(완전히 펄펄 끓기 직전) 즉시 가장 약한 불로 낮춥니다.
- 은근한 약불 졸임 (40~50분): 뚜껑을 비스듬히 열어 수증기를 빼며 기포가 퐁퐁 올라오는 미온 비등 상태를 유지합니다. 전체 물의 양이 약 2/3(약 1L)로 줄어들 때까지 뭉근하게 졸여냅니다.
3-2. 전기 약탕기(유리 티포트/중탕기) 활용법
불 조절을 신경 쓰지 않고 타이머와 자동 온도 제어 기능으로 가장 안정적인 품질의 진액을 뽑아낼 수 있는 편리한 방법입니다. 제가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차 끓이는 게 번거롭지 않아서 항상 차를 편하게 마실 수 있어 좋습니다.
- 도구 선택: 내부에 미세 거름망이 있는 유리 전기 티포트나 오쿠 등 원적외선 중탕 약탕기를 준비합니다.
- 세팅 및 모드 선택:
- 유리 전기 티포트 사용 시: 물 1.5L와 재료를 넣고 [약차] 또는 [한방차] 모드(통상 85~90℃ 설정)를 선택합니다. 만약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80~85℃로 맞추고 추출 시간을 60분~90분으로 여유 있게 세팅합니다.
- 오쿠(중탕기) 사용 시: 내솥에 재료와 물을 넣고 [한약] 또는 [달임] 코스를 선택합니다. 중탕 열기로 서서히 가열되므로 뮤실리지 조직이 손상되지 않고 아주 진하게 용출됩니다.
- 우림 완료 후 거름망 분리: 추출 코스가 끝나면 약재 거름망을 바로 건져내지 말고, 전원이 꺼진 상태의 잔열에서 20~30분간 더 머무르게 한 뒤 분리하면 농도가 한층 짙어집니다.
- 처음에는 보리차보다도 옅은 색이 우려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재탕 또는 삼탕까지 끓여 마시기도 합니다.
직화 vs 전기 약탕기 특징 한눈에 비교
| 구분 | 직화(가스/인덕션) 내열 냄비 | 전기 약탕기 / 티포트 |
| 장점 | 특별한 전용 가전 없이 바로 조리 가능, 불 조절 직관적 | 끓어 넘칠 위험 없음, 온도 일정 유지, 자동 꺼짐 편리 |
| 추출 온도 관리 | 기포 상태를 보며 수동으로 최약불 조절 필요 | 80~85℃ 적정 추출 온도 자동 제어 |
| 소요 시간 | 침출 30분 + 약불 40~50분 | 세팅 후 60~90분 자동 달임 |
| 추천 대상 | 소량으로 빠르게 달여 즉시 음용할 때 | 대용량으로 일정하게 진액을 뽑아 냉장 보관할 때 |
4. 유근피 달임액 상태 비교 및 음용법
완성된 유근피차는 한 김 식힌 뒤 국자로 떠보면 일반 보리차와 확연히 다릅니다. 숟가락으로 흘려보았을 때 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묽은 꿀이나 알로에 겔처럼 약간의 점성이 느껴지며 매끄럽게 흘러내려야 뮤실리지가 제대로 용출된 것입니다.
| 구분 | 올바른 달임 (미온수 침출 후 약불) | 일반 센불 달임 |
| 점성도 | 미끄럽고 끈적한 점액질(뮤실리지) 풍부 | 일반 물처럼 찰랑거리고 점성 없음 |
| 맛과 풍미 |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목 넘김 | 떫고 거친 나무 껍질 맛이 강함 |
| 탕액 색상 | 투명하고 맑은 붉은 적갈색 | 탁하고 어두운 갈색 |
- 음용 방법: 하루 1~2회, 머그잔 한 잔(약 150~200ml) 분량을 공복이나 식간에 따뜻하게 데워 천천히 마십니다. 목에 닿는 느낌을 음미하듯 삼키면 목과 식도가 한결 편안해집니다.
- 보관 주의사항: 전분질과 점액 성분이 많아 실온에 두면 반나절 만에도 변질되어 쉰내가 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식힌 후 소독한 유리병에 담아 반드시 냉장 보관하시고, 3~4일 이내로 음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5. 섭취 시 주의해야 할 사항
- 찬 성질 완화: 유근피는 기본적으로 성질이 서늘하고 차분한 약재입니다. 평소 손발이 차거나 배탈이 잦은 소음인 체질이라면 대추나 생강을 조금 더 넉넉히 넣어 달이는 것이 부담을 줄여줍니다.
- 약물 복용 간격: 유근피 특유의 흡착성 점액질은 다른 영양제나 처방 약의 흡수를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다른 약을 드신다면 최소 1~2시간의 시간차를 두고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직접 손질하고 정성을 들여 달여낸 유근피차 한 잔은 환절기 칼칼한 목과 지친 속에 은은하고 편안한 보호막을 선물해 줍니다. 이번 주말, 차분한 마음으로 약탕기 앞에 서서 건강한 쉼표를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 한의학 문헌에 기록된 성질에 따르면 유근피는 성질이 평하거나 약간 서늘하여 열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되어 있습니다.